<철봉> MKS Sylvan pedal, Bikeribbon Bar Tape, Dura-ace Track Sprocket / 페달, 바테잎, 코그 교체.

2019. 1. 22. 18:44낙엽/퇴비

 

중고 자전거를 가져왔으니 이제 제 취향에 맞게 손봐야겠죠. 

 

경륜 자전거는 '경륜'이라는 이름만큼이나 꽤나 정형화된 세팅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제작의 크로몰리 러그 프레임, 탑을 잡을 것을 고려하지 않은 형태의 트랙바, 벨로드롬만을 달리기 위한 튜블러 타이어... 하나씩 열거하기엔 너무나 많지요. 이 모든 것이 합해져야 비로소 경륜 시합에 나갈 수 있는 자전거가 됩니다. 올림픽 경기에나 나갈 카본 프레임 카본 휠의 Track Bike도, 길거리에서 뒷 타이어를 긁으며 자유롭게 타는 Fixie도 아닌 'Keirin'이 되는 거지요.

 

... 뭐, 그렇다고 제가 벨로드롬에서 시합을 할 건 아니지만요. ^^;; 비록 앞으로 이 자전거가 잘 닦인 나무바닥을 달릴 일은 (거의) 없겠지만,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는 의미에서라도 최소한의 커스텀 외에는 원형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앞서 말한 '최소한의 커스텀' 중 하나가 될, 바테잎을 먼저 감아봅니다.

기존에는 일본 SOYO에서 나온 경륜용 그립이 달려 있었어요. 말 그대로, 핸들의 드랍바 부분만을 감고 있고, 쿠션감이 없고 표면에는 거칠게 널링 처리가 된 선수용 그립. 불편함은 둘째 치더라도 워낙 오랫동안 보관만 된 자전거다 보니, 고무 재질의 그립이 다 삭고 하얗게 일어난 상태였습니다.

 

 

그 경륜용 그립을 대체할 바테잎. 누리끼리한 블리스터 팩에서 보다시피 꽤나 오래 보관하고 있던 제품입니다. 이태리의 바테잎 전문 회사 Bike Ribbon에서 발매한 바테잎입니다. 먼 과거에 어딘가의 샵에서 가져와 아껴두고 있던 제품이지만, 빨강-흰색의 조합이 이번 자전거에 잘 어울릴 것 같아 고민 없이 포장을 뜯기로 결정!

 

 

사실 이 자전거 아니면 언제 쓸 지 기약이 없는 강렬한 색 조합이라 옳다구나 결정한 부분도 있습니다. 검정 일색의 자전거에 이런 바테잎을 올리기엔 너무 생뚱맞을 거예요.

 

 

보통 바테잎을 구매하면 클램프 쪽에 들어갈 마감 테이프와 함께 바엔드 캡도 들어가 있는데, 이 제품은 신기하게 바엔드 캡이 없습니다. 포장 중 누락된 줄 알고 인터넷을 찾아보았는데 원래 없네요. 아.. 이태리 놈들....

 

덕분에 바엔드쪽이 정석에서 조금 벗어나게 마감되었습니다. 바테잎을 조금 남겨두고 바엔드 캡으로 밀어 넣지 않고, 핸들바 끝단에 딱 맞춰서 미리 한 바퀴 돌리면서 바테잎을 감았어요. 혹시 사용 중 떨어질까 안쪽에는 강력 테이프를 조금 발라두었습니다. 오히려 보기에는 이게 더 깔끔해서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

 

 

감아진 뒤의 모습입니다. 미끄러우면서 광이 나는 재질이구요. 보기보다는 신축성이 있어 감는 과정이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비닐보다는 페이턴트 레더에 가까운 느낌의 질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패턴도 매우 마음에 듭니다.

 

 

이어서 페달도 바꿔주지요. 아래쪽이 임시로 경륜에 달아뒀던 페달 셋, 그리고 위쪽이 고릴라에 쓰고 있던 페달 셋.

 

이왕 집에 굴러다니는 제품이라 쓰고는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래 달려있는 페달(MKS GR9)를 별로 안 좋아해요. 주조 처리된 바디도 그렇고, 액슬 끝단의 플라스틱 마감 캡도 그렇고... 루즈볼 베어링이다 보니 주기적으로 정비를 해주면 좋은 페달인데, 정비를 위해서 두세 번 마감 캡을 여닫으면 캡이 뭉개지거나 유격이 생깁니다. 좀 던지면서 험하게 타면 페달 바디 아랫부분이 갈리면서 캡이 열리지가 않아요.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 어디로 갔나요? 를 나 홀로 외쳐봅니다. 비슷한 가격이지만 MKS 특유의 알루미늄 엔드캡과 단조 페달 바디로 마감된 동사의 실반 트랙Sylvan track은 그럴 일이 없습니다. 발매일은 실반 트랙이 더 먼저입니다. 구관이 명관입니다.

 

그러니 험하게 타는 고릴라에  GR9를 옮기고, 예쁘게 타는 경륜에 실반 트랙을 꼽아주기로 합니다. GR9는 더 타다가 뭉개지면 아예 폐기처분할 거에요. 단  토 클립과 스트랩은 그대로 쓰는 게 더 어울리니 페달 본체만 바꿔줍니다.

 

 

새로운 페달에 기존의 토스트랩과 토 클립을 조립했습니다.

 

토 클립은 페달과 같은 브랜드인 MKS 토 클립. 하나의 스트랩만 달 수 있고, 재질은 두랄루민입니다. 같은 모양으로 스틸+크롬 도금 모델과 현재 장착 중인 두랄루민 재질 두 가지 모델이 나와요. 두랄루민이 녹에 강하고 더 가볍다는 장점이 있지만, 확실히 더 약하긴 합니다. 예전에 쓰던 동일 모델은 험하게 탔더니 우그러지더라구요. 

스트랩은 국내 브랜드 라이더스웨이에서 초창기에 나온 스트랩입니다. 가죽과 가죽 사이에 유연한 플라스틱이 삽입되어 있어 늘어나거나 끊어지지 않아요, MKS로 맞췄으면 좋겠지만 흰색 스트랩은 선택지가 많이 없습니다. 있는 거 써야죠.

 

 

마지막으로는 코그 변경! 몇 가지 가지고 있는 코그는 있지만 작은 게 생각보다 없네요. 예전에 한참 쓰다 짱박아둔 듀라에이스 트랙 스프라켓(코그-사진상 가운데)를 꺼냅니다. 네... 눈치채셨겠지만 지금까지 바꾼 모든 부품들은 기존에 보관하던 부품들입니다. 사두고 잊어버리고, 쓰다가 탈거해서 보관하다 잊어버리고. 반복하다 보니 너무 많은 부품들이 쌓였어요. 취향에 영 안 맞으면 모를까 되도록 있는 부품들을 많이 쓰기로 합니다.

 

 

기존에 물려있던 코그와 락링을 탈거하구요. 기존에는 은색의 16T 코그가 달려있었습니다. 프레스로 찍어낸 뒤 나사산 가공만 된 저가형 코그라 제 감성 허세를 충족시켜주지도 않지만.. 무엇보다도 원하는 기어비가 나오지 않아요. 

 

(오랜만에, 개소리 타임!)

사실 저가형 코그 = 소음 이라는 공식은 맞지 않아요. 요즘에야 그런 샵은 없겠지만(없길 바라지만) 예전에는 종종 체인 소음을 코그로 해결하라는 이야기를 했지요... 프레스로 만들어낸 저가형 코그로도 무소음 페달링 가능하고, CNC 가공된 코그로도 소음 오지게 낼 수 있습니다. 체인 소음에서 중요한 건 체인 라인과 체인의 유연성(=유격)이에요. 

허브마다 체인 라인이 다르고(대부분의 트랙 허브는 42mm입니다) 그에 따른 크랭크의 체인 라인을 맞춰줘야 소음이 나지 않습니다. 만약 체인라인을 완벽하게 정렬하지 못한다면, 플레이트 간 유격이 있는 체인(즉, 저렴한 체인)을 사용해야 소음이 덜 나요. 비싼 체인은 제조 과정이 정밀해서 그만큼 유격이 없기 때문에 비싼 거지, 소음이 덜 나는 게 아닙니다. 모든 건 세팅 차이에요. 코그가 물론 소음의 한 원인이긴 하지만, 만악의 근원은 아닙니다. 이건 마치 하루 담배 세 갑씩 피우는 사람이 폐암에 걸렸는데 그 원인을 고등어 구우면서 나오는 미세먼지라고 하는 꼴이에요.

(개소리 끝!)

 

아무튼.. 가지고 있던 코그들 중에 제 조건에 부합하는 건 일본 시마노의 듀라-에이스 15T 코그입니다. 허브와 락링이 이미 듀라이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코그 중에서 제일 작기도 하네요. NJS 맞춤인 건 덤.

 

 

자 그렇게 예쁘게 조합이 되었습니다.  조립할 때 구리스 발라주는 것 잊지 않구요. 어차피 락링이 한번 더 고정시켜주기 때문에 세상을 쪼갤 각오로 힘차게 조일 필요는 없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적당히 한 손으로 조인 뒤에 30도 정도 더 조여줍니다. 코그 락링 밀착 잘 되어있고 나사산만 멀쩡하고 락링 잘 조였으면 안 풀려요. 구리스 없이 넣어서 체중 팍팍 실어 조였다가 나중에 찌들면 개고생입니다 ㅋㅋㅋㅋ 제 고릴라가 그래요 ㅋㅋㅋㅋ 안 풀림 ㅋㅋㅋㅋㅋㅋ.... 하.....

 

 

아무튼, 그런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습니다. 사실 바테잎을 제외하고는 주인 외에는 알아채기 쉽지 않은 소소한 변화들 뿐이네요. 이렇게 바꾼다고 해서 기록이 줄거나, 빨라지지도 않을 겁니다. (코그는 예외 - 기어비 차이 때문에 주행 감각이 크게 차이가 나겠죠) 그치만.. 결국 취미니까요. 비합리적이고 모순일 수도 있지만 그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훌륭한 취미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주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