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26. 00:31ㆍ갈색/화석
몇주 전, 새로운 차량을 한대 더 들였습니다.
사실 차를 한대 더 산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고방식이 아닙니다. 어떻게 두 대까지는 일상용-취미용 각 한 대씩이라고 비벼본다고 해도, 차가 세 대가 된다는 것은 두대를 끄는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이, 그리고 더 많은 낭비를 하는 거니깐요.
저는 사회 초년생입니다. 솔직히 클래식카(라 쓰고 썩차라 읽죠)중 유지가 쉬운 편이라는 벤츠를 가지고는 있지만, CLK를 고치면서 많이 부담도 되고 회의감도 들었어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게 돈이 들어서 그렇지, 사실 이정도만큼 돈과 정성이 들어야 했던 차라면 애초에 안 샀을거에요. 이 짓을 두번 하기는 싫었습니다. 가꿔나가면서 느끼는 매력과 정성도 한두번이어야 느끼지 진짜...
하지만 그렇다 해서 벤쓰가 싫지는 않아요. 아직도 타고 있자면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솔직히 데일리로 타는 CC보다 벤츠가 훨씬 느낌이 좋습니다. 아무리 차가 오래되고 상태가 구려도 차 급과 가격표는 어디 안 가요.
벤쓰는 아무리 구닥다리여도 1억짜리 3리터 쿠페이고, 폭바는 아무리 최신형이어도 6천짜리 이빵 디젤 세단입니다.
차이가 안 나기를 바라면 그건 도둑놈 심보에요.
이야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샜지만, 그런 벤쓰가 있는 만큼 세번째 차는 신중하게 골라 보았습니다. 일단 가지고 있던 기준으로는
1) 무조건 무조건 무조건 무조건 8기통 이상. 배기량과 기통수는 다다익선입니다. 무조건.
2) 21세기 차량. 대한민국, 그것도 수도권 아닌 지방에서 오래된 차를 탄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과 스트레스가 수반됩니다.
3) 앞으로 나오지 않을 구성의 차량. 다르게 말하면 비효율적인 차량...
4) 유지 관리가 쉬울 것. 즉, 써드파티 부품들이 많이 나오고, 관련 자료를 찾기 쉬울 것.
5) 캐릭터성이 있을 것.
일단 8기통을 가져오려고 생각해보니 의외로 브랜드가 많지가 않습니다.
벤츠 - 사실 w208을 가져올 초창기때만 해도 나중에는 216이나 215, 230, 221같은 큰 벤츠를 가져오려 했어요. 소위 big merc라 하는 그 차들요. 그런데 이제 썩차 짬이 좀 차면서 주위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아 이거 유지하는데 보통 문제가 아니겠더라구요. 서스부터 해서 전장류까지... 그런건 나중에 제가 더 나이 먹고 여유가 있을때 타도 될 것 같았습니다.
마세라티 - 뭐 로워암 한개가 130만원? 빠르게 포기.
렉서스 등 일본 브랜드 - 정이 안 갑니다. 그리고 애프터 부속이 많지가 않아요.
현기 - 다른건 다 둘째치고 중고 가격이 안 떨어져요....
고민 끝에 가져옵니다.
고색 창연한 2스포크 우드그레인 핸들, 컬럼식 기어시프터, 1열 벤치시트...
그리고, 거대한 차체와 부의 상징 c필러 엠블럼.(믿거나 말거나)
링컨 타운카.. 항상 생각은 했던 차인데, 진짜 가져올 줄은 몰랐네요. ㅋㅋㅋ ㅋㅋㅋㅋㅋ
길이 5.47미터, 무게 2.3톤 프레임 바디를 4.6리터 v8 239마력과 4단 자동기어가 끕니다. 100키로 항속시 rpm은 1800rpm.
부산의 한 건설업체 대표가 타던 차량을 가져오자 마자 서울을 찍고 와 봤습니다. 업체에 들를 시간이 없어 탁송으로 받았는데 차 안에서 새차 냄새가 나더라구요.
플로어매트 아래의 비닐도 그대로 있고, 이래저래 아 이번 중고차는 성공이구나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어요.
잡지에서 독일 대형차 시승기를 보면 흔히들 나오는 '고속도로에 올리자 커다란 체구를 잊을 만큼 발놀림이 제법 가뿐하다' 라는 표현은 이 차에 전혀 적용되지 않습니다. 위에 적어둔 숫자가 오롯히 느껴져요. 뭐든지 묵직합니다. 문도, 핸들도, 변속 레버도... 정말로 뭐든지.
의외의 점이라 하는건 연비 정도? 71리터 탱크를 꽉 채우면 약 600키로 후반 정도의 주행 거리가 나옵니다. 광주에서 서울로 가서, 송파~종로~용산 등지의 시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광주에 다시 내려오면서 적힌 연비는 10.5L/100km. 이정도면 무겁고 큰 미제 쎄단 치고는 잘 나오네요. 3리터 clk와 체감상 연비가 비슷합니다. 근데 얘는 일반유 먹으니 키로당 금액은 더 적을 수 있겠네요.
한번 서울을 다녀온 뒤에는 지하 주차장에 얌전히 짱박아 두었습니다. 더 타보고는 싶은데 시간이 나질 않네요..
미제 차량의 키는 이번에 처음으로 쥐어봅니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들였지만, 조금 타 보니 미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벤츠보다 캐딜락을 더 높게 평가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네요.
소모품을 비롯해 전반적인 차 상태가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큰 돈 없이 탈 것 같습니다.
앞으로 '화석' 카테고리에 간간히 소식 올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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