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3. 01:27ㆍ갈색/혜성
외장도 거의 마무리했고, 구동계통도 부품들을 다 주문해 두었으니 이제 실내를 건드려 봐야지요.
실내에서 부족한 몇가지가 보이긴 하지만, 저는 업체에 맡겨서 '풀 복원'을 돌릴 계획은 없습니다. 22년 된 차의 실내를 작은 까짐 하나까지 새것처럼 만들 생각도 없고, 얼룩 하나에 미쳐서 트림을 바꿀 만큼 제가 환자처럼 타지도 않아요. 모든 기능이 정상 작동하고,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는 정도로 만족하려 합니다.
아무튼... 오늘의 이야기는 선바이저, 그리고 기어 노브입니다.
운전석쪽 208 810 09 10, 조수석 쪽 208 810 10 10.
신기한게, 이 차량에 달려있는 선바이저는 두 가지 타입이 있어요.
하나는 이런식으로 화장거울 Vanity mirror 덮개가 위로 열리는 방식이고,
또 하나는 거울 덮개가 옆으로 슬라이딩 되는 방식이에요.
제 차는 98년 04월 생산이고, 거울 덮개가 위로 열리는 방식의 선바이저가 달려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직접 본 동일 차종들은 전/후기형 무관하게 덮개가 미닫이 방식이었어요. 극초기형 (~98년식)을 제외하고는 미닫이 방식의 거울을 쓰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덮개를 위로 여는 방식의 선바이저는 거울 덮개가 잘 날아갑니다. 구글에 Mercedes Vanity mirror cover라 치면 정말 많은 대체용 부품을 구할 수 있어요. 제 차도 운전석 쪽은 이미 커버가 없고, 조수석 쪽은 커버만 부러져서 센터 콘솔 안에 얌전히 넣어둔 상태였구요. 이 문제는 후에 211, 220 등등에서도 쭉 이어졌나 봐요. 알리나 이베이에 부품을 겁나 많이 팝니다. 보통 실내 부품들은 정품이 아니면 잘 안 나오는데 쟤는 써드파티 부품이 겁나 많아요 ㅋㅋㅋㅋㅋ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이런 부품을 찾았습니다. 그냥 이걸 살까 싶지만
1) 다른 사람들의 작업을 보니 기존에 달려있던 부품을 거의 반쯤 부숴서 떼더라구요. 이 과정에서 거울 주변의 본체가 다치면 정말 나가리에요. 본체가 플라스틱이나 금속이면 모르는데 거울 주변은 스티로폼 재질입니다.
2) 호환에 대한 확신이 없었습니다. 벌써 저 제품도 제 차에 달려있던 거울과 생긴건 똑같은데 M, R클래스에 맞다고 써 있지요.
3) 두개 하면 44달러입니다. 중고 선바이저를 통으로 사는 거랑 가격차이가 별로 없어요. 심지어 저는 앗세이로 더 싸게 삼.
그래서 일단 미닫이식 선바이저를 하나 구해두고, 있는 선바이저는 나중에 천천히 살려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뚜껑을 옆으로 미는 방식의 선바이저는 그럼 문제가 없냐... 하면, 거울 모서리 부분이 갈라지는 현상이 있습니다. 텍스쳐가 있는 PVC..라고 해야 하나요. 20세기에 나오는 조립식 피규어의 소프비 느낌. 딱 그 재질입니다. 그래서 이건 갈라져도 고칠 수가 없어요. 제가 이번에 쓴 커버도 갈라져 있습니다. 다 장단점이 있어요잉.
아, 가격은 정품은 한 200달러 정도 하는 것 같고, 중고는 해외에서 가져오려면 택배비 포함 개당 30달러 언저리입니다. 살짝 화가 날랑 말랑 하는 가격이죠. 복잡한 부품도 아닌데 몇십 주고 신품을 살 수는 없고, 저는 같은 차종을 타시는 분에게 좌우 세트 4만원에 구했어요.
그리고 이번에 다는 선바이저는 미닫이 방식입니다. 이미 거울 커버의 우측 상단 모서리가 살짝 갈라진 게 보이네요. 저 정도는 그냥 넘어갑니다. 사진으로는 좀 더러워 보였는데 직접 올 때는 저것보단 좀 깨끗하게 왔어요.
그래도 이왕 새로 달 제품이니 저녁 먹고 사부작사부작 닦아 봅니다. 재료는 케미컬가이즈 패브릭크리너, 칫솔, 1회용 청소포(?).
혼자 하기에는 좀 심심해서 어머니와 함께 했습니다. 저나 엄마나 호작질을 좋아해서 설득은 필요 없었어요. 아들은 엄마 닮는다 하잖아요... 물론 저녁 준비를 미리 도우면서 크레딧을 쌓아두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저는 21세기 바른생활 청년이니깐요.
칫솔 하나씩 들고 가볍게 샥샥 훑어주면
이렇게 꺼멓게 묻어 나와요. 아, 쾌감.
받기 전에는 그냥 멜라민폼(=매직블럭)으로 밀어버릴까도 했는데 재질이 매직블럭으로 지워질 만한 게 아니었어요. 살짝 다공성 느낌.
그래서 가지고 있던 세제 중 제일 만만한 케미컬가이즈 패브릭 클리너를 사용했습니다. 희석해서 살살살 브러싱하고 청소포(?)로 닦고, 수건으로 두드리면서 말렸어요.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십여분을 닦으면 이렇게 깨끗해집니다. 캬 역시 약제빨 잘 받네요.
준비 다 했으니 이제 장착해야지요.
위에서 언급한 여닫이 방식 선바이저는 이게 문제입니다. 원래대로라면 덮개를 닫으면 거울 왼편의 검정 스위치가 눌리면서 화장등이 꺼져야 맞아요. 그런데 스위치를 눌러줄 덮개가 없으니 선바이저를 열 때마다 전등이 켜져 있는 꼴을 봐야 합니다. 좀 짜증나죠.
다행히 선바이저를 닫을 때에는 불이 켜지지 않는 구조이지만, 햇볕을 막으려고 바이저를 내렸는데 불이 하나 더 들어오는 건... 제 취향 완전 아니에요.
장착했습니다. 사실 선바이저 바깥쪽 힌지에 십자머리 나사 두 개만 풀면 풀리는 구조라서 엄청 간단해요.
미닫이식 덮개가 달린 요 선바이저는, 거울을 덮개로 덮어두었을 때에는 이렇게 불이 꺼져 있다가
커버를 열면 화장등이 환하게 들어옵니다.
저 조명은 평소에는 선바이저에 덮여서 보이지 않아요.
안 되던 기능을 살렸다는 기쁨에 동영상도 한번 찍어 보았습니다. 4만원을 쓰고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하.. 저 노란빛 도는 전구 너무 좋아요. 흰색 LED 실내등은 제 차에 절대 달 일이 없읍니다.
그리고, 기어 노브.
사람 손이 닿는 곳이니 뭐 어쩔 수 없죠. 22년 동안 화장품과, 사람 손기름과, 땀과, 기타 이물질들을 온몸으로 받아낸 기어봉의 모습입니다.
복원을 할까 고민도 해봤는데 맞는 톤의 가죽을 구할 수 있을지도 문제일뿐더러 납득 안 가는 가격이네요. 거기에 더해서, 기어봉과 기어 레버를 연결하는 부분이 헐거워져서 좌우로 막 돌아갑니다. 생명을 다하신 기어노브를 되살리기보다는 새 상품을 찾을 때였어요.
이베이에서 52.84딸라에 무료배송으로 구매한 우드 기어노브입니다. 제 차의 인테리어와 맞는 Burred walnut 리얼 우드래요.
저번 주 토요일에 페덱스에서 개인통관부호를 넣으라 문자가 오더라구요. '사기도 가지가지네 ㅋ' 하고 넘어갔는데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거였습니다. 무료배송인데 페덱스로 보내준 대인배 터어키 셀러 덕분에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손에 넣었네요.
'터키는 형제의 나라'라는 말을 이보다 뼈저리게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부라더 빠른 배송 고마워.
과연 6만원짜리 기어노브가 진짜 우드일까? 싶어서 꼼꼼히 살펴봤는데 우드는 우드인 것 같아요. 다만 전체가 다 호두나무는 아니고, 다른 나무 위에 호두나무를 얇게 썰어서 두른 것 같습니다. 사진상에 벌써 접합선이 보이죠. 라인이 딱 떨어지지 않는 점이 오히려 더 나무라는 확신을 주네요. 그리고 어차피 자동차 우드그레인은 다 이렇게 만듭니다. 벤틀리도, 롤스로이스도 얇게 썰어서 다른 부품-나무, 금속, 플라스틱 등-에 붙이는거에요. 공장 영상 보니 그럽디다.
이보다 등급이 좀 더 낮으면, 나무를 쓰긴 하는데 좀 얇아지면서 프라스틱이나 금속의 비율이 올라가구요.
더 낮으면 그냥 플라스틱에 나무 무늬를 칠하거나 씌웁니다. 물론 이 필름에도 등급이 많아요. 예전 00년대 현대/기아차의 페이크우드와 요즘 렉서스의 페이크우드 비교해버리면 좀 슬프겠죠.
아, 제 차는
진짜 우드입니다. 20년 전에 일억 가까이 받았잖아요. 원목 써야죠.
그렇다고 단순히 원가절감의 이유로 요즘 차들이 필름을 붙이진 않을거에요. 제 차가 만들어질 당시엔 환경 규제도 적지 않았을까요. 벤스 E클래스가 그랜져마냥 보이는 요즘 시대에 원목 듬뿍듬뿍 썼다가는 씨 셰퍼드가 샬레니우스(현재 벤츠 회장입니다)를 거꾸로 매달지 싶습니다.
새로 자리할 시프터 노브를 위해서, 달려있던 로고를 떼냅니다. 새 노브도 샀는데 위에 붙일 엠블럼도 까짓거 새로 사지, 얼마나 하겠어 하고 찾아봤는데 저 부품은 정품 기준으로 6만원정도 합니다. 근데 뜯어보니까 납득이 감.
싸구려 에폭시 스티커 같은 느낌이 아니라 벤츠 로고와 테두리가 양각이 된 금속 위에 검정색을 칠하고, 그 위에 투명 플라스틱을 올린 구조에요. 그리고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황변도 되지 않았어요. 떼어내면서 휘어질까 걱정했는데 웬만큼 힘을 줘도 휘어질 기색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걸 안 쓰고 싸구려 호환품을 달까 10초 정도 고민했는데, 있는 거 쓰길 잘했어요.
엠블럼까지 이식한 뒤 완성.
사제 시프터 노브에 엠블럼이 맞을까 걱정했는데 아주 완벽하게 맞습니다. 색이 좀 어두워보이나 싶지만 기어 주위의 우드그레인이 햇볕에 바래면서 좀 밝아진 거고, 상대적으로 색이 덜 바랜 앞 재떨이 커버와 매칭이 되는 걸 보면 신품대 신품에서는 훌륭한 매치를 보여줬을 듯 해요.
자연광 아래에서 찍으면 좀 더 멋지게 보일텐데 아쉽네요. 나중에 찍어보는 걸로.
이 사진에서는 기어 시프터 아래의 셔터? 블라인드? 커버가 없는 게 잘 보이네요.
저번에 이야기했던 바로 이 부품.
집 근처 센터에 가서 물어보니 27,060원이라 합니다. 구글에서 좀 찾아봤을 때에는 물건값만 40달러가 넘어서 좀 걱정했거든요. 아주 행복합니다. 국내 재고는 없고, 독일서 가져오면 늦어도 한 달 안에는 온다 합니다.
이제 실내에서 남은 건
1) 뒷자리 재떨이 - 이거 멀쩡한 차 못 봤어요. 208 810 04 30. 컬러코드 맞춰서 사야 합니다.
2) 리어 서브우퍼 교체, 트위터 설치 등 - 풀셋 준비해뒀습니다. 순정 Bose 스피커 살릴거에요.
3) 써드 브레이크 램프 교체
4) 데크 교환 - 데논 DCT-R1 + 블루투스 리시버 조합.
2,3번은 작업범위가 겹치고, 어차피 이것들 할 때에 1) 번도 쉽게 교체가 가능하기에 한 번에 할 예정입니다.
3)을 위해서 주문해둔 부품은...
깨져서 왔네요. 하 씨바
어차피 성능에는 지장이 없는 부품이긴 한데, 안 보이는 쪽에 에폭시 발라서 알루미늄 판이라도 덧댈까 생각 중입니다. 뒷 선반에 들어가는 부품이라 갈려면 뒤쪽 실내 다 들어내야 하거든요.
아무튼, 이렇게 잘 만지고 있습니다. 썩차 만지기 겁나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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