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브레이크액 교체.

2021. 8. 6. 14:04갈색/미생

7월 31일 네이버 카페에 올린 글을 옮겨 붙입니다.

이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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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종 : 포티에잇 12년식. 8800km

 

증상 : 밤바리를 빡세게 타고 난 후에 첫 신호에서 브레이크를 좀 깊게 밟는데 뒷브레이크 페달이 쑥 들어감. 천국에서 나를 기다리는 백구 (보리, 향년 4세, 성격 별로 안 좋았음) 를 이렇게 만나나 싶었지만 침착하게 뒷브레이크는 펌프질을 하면서 앞브레이크만 지긋이 눌러줍니다. 얌전히 정차 후 앞 차 밤바값 안 물어낸 것을 감사하게 여기면서 다음날 빠르게 브레이크액 교체를 준비합니다.

 

준비물 :

1) 현대 모비스 순정 DOT4+ LV(low viscosity, 저점도) 브레이크액. 1리터 17000원정도 합니다. 쉐보레 DOT4+ 오일이 500ml단위로 나오고 더 유명하지만, 부품 대리점이 너무 멀리 있어서 그냥 현대에서 샀습니다. 차 타고 가기에는 너무 명당에 주차해둬서 이런 데에 쓰기엔 아까운 그런 느낌. 모두들 이해해 주실거라 믿습니다.

 

2) 현대 모비스 순정 부품 중, 워셔액 체크 밸브. 품번 98886 29000, 약 천이백원 정도? 이거 있으면 작업이 매우 쉬워집니다.

 

3) 10mm 스패너. 브레이크 캘리퍼 블리더 스크류를 풀 때에 필요합니다. 어디서 8mm라고 봐서 8mm 스패너 사왔는데 앞뒤 다 10mm라서 경비실에서 빌려썼습니다. 주의!

 

4) 5mm 실리콘 호스. 좀 짱짱하게 맞아야 편합니다. 철물점에서 보통 m단위로 파는데 1m이면 충분해요.

 

5) 폐 브레이크액을 받을 페트병. 그냥 버리면 큰일납니다.

 

6) 십자드라이버 적당히 작은 사이즈 하나.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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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십자드라이버로 브레이크 통 뚜껑 따고 한번 쎄려봐줍니다. 브레이크액은 공기중의 수분도 흡수하기 때문에, 키로수 무관하게 2년마다 한번씩 교체해 주어야 합니다. 매일 타는 자동차들도 브레이크액 안 교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년에 몇천도 안 타는 할리를 신경쓰는 사람들은 더욱 적겠죠? 중고로 사신 분들은 키로수 무관하게 꼭 브레이크액 색을 확인하세요. 앞에서 불로 비춰보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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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캘리퍼에서 블리더 스크류에 씌워진 고무 캡 열고, 10미리 렌치 하나 걸쳐놓고, 실리콘 호스 잘라다가 체크밸브 가운데 걸어줍니다. 체크밸브 있는게 많이 편해요. 액체의 역류를 막아주기 때문에 그냥 저거 하나 걸쳐놓고 나면 브레이크액 리저버 쪽에서만 작업을 해도 됩니다. 레버만 잡았다 풀었다 하면서 액만 보충하면 되니까요.

 

체크밸브가 없으면 렌치로 스크류를 풀고 레버를 잡고 액이 나오면 렌치를 조이고 레버를 놓고

풀고 잡고 조이고 놓고 풀고 잡고 조이고 놓고 풀고 잡고 조이고 놓고 풀고 잡고 조이고 놓고

브레이크 액 보충.

풀고 잡고 조이고 놓고 풀고 잡고 조이고 놓고 풀....

더 안해도 이해 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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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저버 탱크 안쪽에 보면 구멍이 있어요. 사진상 10시방향. 저 구멍을 통해서 캘리퍼로 브레이크 액이 가기 때문에, 브레이크 액이 1/4정도 남았을 때마다 보충을 해 주셔야 합니다. 저기에 공기방울 들어가면 에어빼기까지 해 주셔야 해요. 저는 방법을 모릅니다. 한번에 끝내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며 일부러 안 알아봤어요.

 

한 세번정도만 작업을 해도 저정도 색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저는 모처럼 제가 하는거니까 그냥 열번정도 했어요. 노래 들으면서 박자에 맞춰서 잡았다 놨다 잡았다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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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도 똑같이 하시면됩니다. 딱 저 풍경이 보이게 쪼그려 앉으신 다음에 왼 팔을 앞바퀴랑 프레임 사이로 쭉 뻗으면 뒷브레이크 레버가 만져져요. 리어 리저버 탱크는 용량이 작기 때문에 생각 없이 펌프질 하다가는 에어 차기가 딱 좋습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아크로바틱한 자세를 유지하며 열심히 작업해 봅시다.

 

다 한 뒤에는 브레이크 액을 흘린 부분이 있나 확인하시고, 간단하게라도 물세차 꼭 해 주시구요.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물에 적신 수건으로 훔쳐주시기라도 하세요. 여름철 지하주차장에서 하고 있자니 아래에 흐른게 제 땀인지 브레이크액인지 모르는 상황이라 전 그냥 물세차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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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중요한 작업을 했으니 테스트 드라이브 한번 나가봅니다. 브레이크액이 뭐라고, 레버 필링이 이렇게 달라졌네요. 예전에는 굉장히 딱딱하고 초반 답력이 센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반응이 선형적이고 레버 터치감이 부드러워졌습니다. 일부러 한적한 산간도로에서 테스트도 해 봤는데 스펀지처럼 들어가는 현상도 없네요. DIY 성공!

물론 그렇다고 잘 들지는 않구요. 똑같이 밀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괜찮아 할리 너한테는 기대도 안했어... 무거운데 어쩔거야 내가 살살 탈게 울지마 뚝

 

 

많은 분들이 비슷한 내용을 올려 주셨었지만, 그래도 DIY 포스팅은 다다익선이라 생각하며 제 경험도 올려 봅니다. 타이어 갈면서 센터에서 브레이크 오일 한번 체크해 달라고 했었는데, 키로수가 짧으니 더 타다가 오라고 하셨거든요. 근데 타다가 브레이크 밀려서 사고나는건 저잖아요? 그래서 갈았습니다.

 

할리는 비교적 연식 대비 낮은 주행거리의 매물이 많이 보여요. 저도 10년동안 6천키로 탄 매물을 가져오니 좋은 부분도, 안 좋은 부분도 있네요. 회원님들 키로수만 너무 믿지 마시고 꼭! 소모품류 체크하세요. 우리가 마시는 것 만큼은 아니어도, 할리가 마시는 것들도 유통기한이 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