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 등화류 교체 - 헤드램프, 테일램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한 미니 복원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가 봅니다. 시간 순보다는 그냥 카테고리별로 묶는게 나을 것 같아요.
이번 포스팅은, 등화류 이야기.
오래된 아무리 세차를 잘 하고 광을 유지한다고 해도 햇빛, 정확히는 자외선의 힘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햇볕에 오래 노출된 차들은 시간이 지나면 실내 플라스틱은 삭아 부스러지고, 우레탄 대시보드는 갈라져 일어나고, 클리어층은 광을 잃고, 헤드램프 커버는 누렇게 떠요. 사시사철 뜨겁고 비 안 오는 미국 남부지방의 중고차들이 특히 험하게 보이는 이유입니다.
17년차가 된 제 차량도 마찬가지에요. 아마 황변이 덜 된 운전석쪽은 한번정도 교체가 되었을 것이고, 누렇게 잘 구워진(ㅋ) 조수석이 아마 출고시부터 함께한 헤드램프였겠지요.
헤드램프를 되살리는 방법에는 대충 세가지가 있습니다.
1) 헤드램프 "복원"
외부를 어떤 방법으로든 샌딩 후 훈증, UV 스프레이 코트 등... 으로 투명하게 만듭니다. 그게 끝이에요. 장점은 싸다는 것. 단점은 그 외에 모든 것. UV 스프레이는 지금 당장은 다 비슷해 보일지언정 시간이 지나면 차이가 나게 됩니다. 헤드램프 내부의 변색이나, 제논 벌브(가 장착되었다면) 에서 나오는 가스 등으로 뿌옇게 된 현상은 고치지 못해요. 어떻게 해도 꼬질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2) 헤드램프 복원.
헤드램프 커버를 탈거하고, 내부의 반사판과 프로젝션 렌즈 등등을 모두 닦고 재조립합니다. 자칫 잘못 조립하면 헤드램프 내부에 습기가 찰 수도 있고, 반사판은 애초에 외부에 노출될 것을 전제로 만들지 않았기에 자칫하면 크롬이 벗겨질 수도 있어요. 어려운 만큼 국내에서 제대로 하는 분도 많지 않고, 가격도 비쌉니다. 제가 알아볼 때에는 대략 짝당 30정도부터 시작했어요.
3) 신품 구매
그냥 새거 사시는겁니다. 뭐 복원이고 뭐고 할 필요 있나요? 헤드램프를 구성하는 수많은 단점은 비싸다는 것이고, 장점은 그 외 모든 것입니다. 커버도 투명하고 모터도 새거고 배선도 야들야들하고 캬 겁나 좋다 그쵸? 그냥 헤드램프 새거 질러야겠다 싶네요. 뭐 미니 쥐똥만한게 얼마나 하겠어요.
2004/07 이후 차량용 제논 헤드램프. 613.95달러 = 대략 70만원. 두개 140만원. ㅋㅋㅋㅋㅋ
빠르게 마음을 접고 이곳저곳 뒤지던 중 일옥을 처음으로 사용해 봅니다.
내부 클리닝 완료된 헤드램프, UV코팅 완료. 가격은 기타 부대비용 포함해서 50정도 들었어요.
이번에 처음으로 이베이가 아닌 일본 야후 옥션을 사용했는데, 아주 만족스럽네요. 일본에서도 많이 팔린 차종이라 부품도 많이 있고, 기본적으로 물건을 깔끔하게 쓰고 제품들의 설명이 자세해서 결정이 편해요. F800S를 탈 때에도 일본에서 수입한 헤드램프를 찾았었는데 이번에도 도움을 받습니다.
1주일정도 기다려서 받은 헤드램프. 캬 깔끔하다 깔끔해! 내부 크롬도 뜬 곳 없이 완벽합니다.
바로 장착하기 전에 간단한 작업을 하나 해야 해요. 우핸들용 차량에서 떼온 부품인 만큼 컷오프라인이 국내 규정과 다릅니다.
좌핸들용 차량의 컷오프라인. 빛이 퍼지는 경계선이 일자로 쭉 뻗지가 않죠. 마주오는 차량들의 눈ㅃ.. 아니 눈부심을 막기 위해서 모든 차량은 중앙선 쪽은 헤드램프가 조금 더 낮게 비춥니다. 위쪽의 사진은 왼쪽이 낮으니 우측 통행을 하는 좌핸들 차량이겠죠.
우핸들용 헤드램프를 그대로 국내에서 사용하면? 아마 상향등 세례를 겁나 받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뭐 몇년이고 받진 않을거에요. 자동차 검사 불합격 받으면 그땐 뭐 차주도 뭔가 조치를 취하겠지요. ㅎ!
일부 일본 내수용 차량같은 경우-스즈키 허슬러같은 경차들요- 이런 문제때문에 직수입 업체에서 따로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다행히 미니는 쉽게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하긴 영국에서 터널 하나 건너면 프랑스인데 유럽 차들이면 이런걸 특히 신경써서 만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논 벌브가 장착된 쪽 안쪽을 보면 금속으로 된 레버가 있습니다. 아주 길고 얇은 드라이버나 적당한 못을 이용해서 그 레버를 제끼면 컷오프라인이 바뀌어요. 프로젝션 렌즈 안쪽의 셔터와 연동이 되는 구조가 아닐까 싶어요.
포럼에서 찾은 글에는 뭐 굉장히 어렵다고 적어뒀는데 제가 볼땐 딱히... 어렵진 않네요. 꽤 긴 드라이버가 필요한데, 우리 조선인들은 부엌에 많이 있는 젓가락 하나 이용해서 뽈카닥 하고 제껴주면 됩니다.
우핸들용을 열어보면 한쪽 레버는 올라가 있고 다른 쪽은 내려가 있어요. 올라간 쪽 내리고 내려간 쪽 올리면 끝납니다. 어디가 어땠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열어보시면 바로 확인이 가능하실 듯 해요.
컷오프라인까지 변경했으니 이제 장착만 하면 됩니다. 분해는 8미리 너트 세개 풀고, 워셔액 파이프 뽑고, 발라스터 잡는 별각 볼트 세개 풀고, 커넥터 제거하면 앞으로 뽑혀요. 발라스터 고정 볼트를 풀어서 뒤로 제껴야 본넷의 구멍으로 헤드램프가 나올 수 있습니다.
가실 분과 오실 분의 차이가 극명하네요. 캬 돈 쓴 맛 난다!
사람도 눈이 맑아야 인상이 좋고, 차도 헤드램프가 맑아야 썩차 느낌이 안 납니다.
헤드램프를 갈고 나니 이제 테일램프가 거슬리네요. 이걸 살까말까 살까말까 많이 고민을 했는데, 이왕 헤드램프까지 깔끔한데 테일램프도 구매하기로 합니다.
테일램프는 코오롱 센터에서 주문했어요. 가격은 한대분 27만원. LED 하나 없이 전구만으로 구성되어서인지 가격이 많이 저렴합니다.
새 테일램프와 헌 테일램프.
대부분의 차들은 테일램프가 빨간 플라스틱으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세월의 흔적이 덜 느껴지는데... 미니는 특이하게 투명 케이스 안에 크롬 테두리와 붉은 렌즈가 삽입되어있습니다. 마치 그 시절 컨셉트카의 느낌으로요.
장점은 뭔가 달라보이고 입체감이 느껴진다는 것. 단점은 헤드램프와 똑같이 오래되면 뿌얘지고 황변이 온다는 것.
교체하고 나니 한결 깔끔해 보입니다. 과연 바꿔야 하나 싶었지만 만족도는 헤드램프 교체한 것과 거의 동일하게 높아요.
.......
분명 대충 타려고 가져온 차인데 자꾸 돈이 들어갑니다. 아니, 돈이 들어갔습니다. 이미 대충 타려는 마음은 상당히 사라진지 오래에요.
해외 여러 매체에서도 Future Classic이라고 말이 나오는 1세대인 만큼 한번 싹 만들어서 지하주차장에 잘 보관해두면 나중에는 분명 빛을 발하겠지요. 타운카처럼 산뜻한 상태로 탈바꿈해 잘 타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