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K> 실내 작업(1) - 계기판 다이얼, 컨트롤 패널.
55를 가져온지 세달이 지났습니다.
제가 써금한 중고차들을 보고 사고 타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차들의 상태를 보려면 최소한 한 분기는 타봐야 안다는 점이에요. 1년이면 더 좋지만, 보통 메이저한 문제들은 한 계절정도를 타보면 대부분 보이더라구요.
171을 가져와서 더운 여름에도 타 보고, 쌀쌀한 날에도 타보니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번지르르한 똥일까 걱정했는데 달달한 초콜렛이었습니다. 다행이네요.
물론 그렇다 해서 13년 된 중고차를 가져와서 키만 꼽아가면서 타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자잘한 흠들을 하나씩 만져 줘야지요 이제. 썩차 타는 자의 재미이자 의무입니다.
1. 계기판 다이얼.
저번 포스팅에서 살짝 올렸던 부품입니다. 북미에서 출고된 차량이다 보니 계기판이 마일로 되어있어요. 머릿속에서 X1.6 해가면서 타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1) 풀스케일 계기판이다 보니 약 9시 방향에 60마일(100km/h)가 쓰여져 있습니다. 별 생각 없이 타다 보면 가끔 고속도로에서도 규정속도를 위반할 때가 많아요. 동네에 종종 아니 꽤 자주 있는 스쿨존이라면 문제는 더 복잡해져요. 30/1.6 하면 18.75마일인데, GPS와 속도계상 오차가 거의 없어요. 뒷차 신경쓸 것 없이 넉넉하게 15마일정도로 다니거나, 미묘하게 눈금 바로 아래에 바늘을 맞추거나...
2) 다행히 가운데 액정에는 km/h로 표시가 됩니다. 문제는 핸들과 시트 포지션을 맞추면 핸들 윗부분에 액정 부분이 가려져요. 차라리 손이 불편한게 낫지 싶어서 핸들을 조금 올려 타고는 있었습니다만, 해결이 가능한 문제를 그대로 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바로 작업에 들어갑니다.
SLK(R171)의 계기판을 제거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아요.
1) 핸들을 가장 아래, 최대한 뽑힌 위치로 만듭니다. 이래야 계기판이 빠질 공간이 나와요.
2) 플라스틱 리무버를 이용해서 계기판 아래쪽의 데코레이션 트림(대부분 은색, 가끔 전기형은 우드) 를 뽑아냅니다. 깨지거나 할 부품은 없으니 방향 상관없이 리무버 넣어서 제끼면 나와요.
3) 총 네개의 구멍 중 가장 바깥쪽 두 부분에 긴 드라이버를 넣어 눌러줍니다. 저는 약 한뼘정도 되는 육각 렌치 (5mm) 를 사용했어요. 십자 드라이버도 상관없습니다.
4) 계기판을 살살 달래가면서 뽑아냅니다. 계기판 뒤편에 커넥터가 있는데, 회색 고정쇠를 옆으로 제끼면 알아서 빠지는 구조에요.
간단히 뽑아낸 뒤 집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이제 곧 떠날 마일 계기판이 보이네요.
옆쪽에 보이는 미니 라쳇렌치는 결국 쓸 일이 없었습니다. 인터넷에 계기판 필름(스킨)을 교체하는 포스팅이 없어서 잔뜩 긴장했는데, 상당히 쉬웠어요.
계기판을 뺑 둘러가면서 연결되어 있는 키를 살살 달래가며 뜯다 보면 순식간에 분해가 됩니다. 속도계 약 10시 방향에 작은 커넥터가 있는데 미리 제거해 두세요. 계기판 좌측의 + / - / R 버튼용 케이블입니다.
당연히 투명 플라스틱이겠거니 했는데 보호창이 유리네요. 나머지도 잘 닦아서 (유리 안쪽은 건드리지 않는게 좋겠죠) 놔두고요.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냥 조금씩 달래가면서 은색 테두리-바늘-계기판 다이얼 순으로 그냥 뽑으면 다 빠집니다.
다이얼은 아래 본체와 양면테이프로 붙어 있으니 살살 달래가면서 떼면 되구요.
바늘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려가며 뽑으라는 글들을 국내외에서 봤는데, 조심스럽게 수직으로 뽑는걸 추천드려요. 반시계 방향으로 살살 돌려서 뽑으면 쉽게 뽑히긴 하는데, 자칫 앵글이 틀어지면 디지털 속도계랑 바늘 속도계 사이에 오차가 생겨서 성격에 따라 못 참을 수 있습니다.
제가 그랬어요. 후.... 디지털 속도계가 40km/h일때 바늘이 30km/h를 가르킬때의 그 짜증남이란.
이후 조립은 분해의 역순. 스위치 케이블 잘 넣으시구요.
그럼 이렇게 K(m/h)-계기판이 제 차량에 장착되게 됩니다. 오예 미터법 최고 ㅗㅗ 임페리얼 시스템 엿먹어라 ㅗㅗ
처음엔 별 생각없이 바늘을 다 돌려가면서 뽑았는데, 시계 바늘을 돌리니까 빠지지 않고 시간만 뒤로 가더라구요. 이때 ㅈ됐음을 직감했습니다. 대충 조립해놓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디지털 시계와 아날로그 시계에 오차가 상당히 있네요. 피곤한 금요일 밤에 다시 만질 마음이 안 나서 토요일날 오전에 느긋하게 재작업했습니다. 바늘 돌리지 말고 그냥 수직으로 뽑으세요.
다이얼은 배송비를 포함해서 6만원정도 줬어요. 순정 다이얼과 1:1로 비교해 보면, 납득 가능한 수준입니다. 로고의 위치나 숫자의 폰트 등은 모두 정확하구요. 다만 판이 순정에 비해 조금 얇아서, 각종 경고등-사이드브레이크나 안전벨트 등- 이 점등될 때에는 티가 납니다. 완전 싸구려같지는 않고, 1:1로 비교해 보면 알 정도의 느낌. 일부러 강하게 보정해서 사진상으로도 잘 보일거에요.
2. 내친 김에, 바로 컨트롤 패널까지 작업해 봅니다.
도움이 되었던 영상 링크 먼저 남기구요.
저는 오디오를 뜯을게 아니라서 절반까지만 따라했어요.
사이드브레이크쪽에 리무버 넣어서 뜯고, D로 기어레버 옮긴 뒤에 해당 패널을 살짝 뒤쪽으로 들어내고... T20 별나사 두개 풀면 여기까지 분해가 됩니다. 괜히 공조기 패널은 커넥터 건드리지 않아도 공간이 나와서 살짝 옆쪽으로만 옯겼어요.
위쪽이 꼽혀 있던 제품이고, 아래쪽이 새로 교체할 부품입니다.
혹시 어떻게 될지 몰라서 버튼 배열이 같은, 같은 55에서 나온 제품을 구매했어요. 그런데 오실 분은 품번이 171 820 46 10인데 가실 분은 171 870 10 10이네요. 살짝 떨면서 커넥터 세개를 분해해 봅니다.
커넥터 뒤쪽에 있는 키를 살짝 눌러줘야 커넥터들이 빠져요. 잘 보셔서 얇은 일자 드라이버로 누르시면 됩니다.
새 부품에 커넥터 꼽고 테스트해보니 아주 잘 되네요. 괜히 떨리게 품번이 달라가지고 혼자 마지막까지 긴장했습니다.
작동 확인했으니 마저 조립하고 가실 분과의 사진으로 마무리. 아무래도 전 주인이 뭔가를 흘렸나봐요. 위쪽 오디오에서부터 쭉 타고 내려온 액체가 플라스틱을 녹인듯한 흔적이 있습니다. 그치만 이미 제가 깔끔하게 고친 이상 전 주인이 된장을 발랐던 향수를 발랐던 전혀 신경쓸 바가 없습니다. 버튼은 대부분 멀쩡하니 예비용으로 보관할거에요.
위쪽의 오디오 패널도 상태가 썩 좋지는 않은데, 저건 가격이 좀 나가네요.
이번에 제가 구매해서 달아둔 패널은 약 100달러정도 했고, (배송비 제외) 오디오 데크는 800달러정도 합니다. 하만카돈 딱지가 안 붙은게요. 그럼 어떻게 할까요?
못 본 체할겁니다.
완성. 앞니 빠진 양아치마냥 불쌍해보였던 인테리어가 이제 그냥 꼬질하기만 합니다. 다행이네요.
10년 차이밖에 되지 않는데 98년식 만지다가 08년식 만지니 모든게 너무 평화롭기만 합니다. 80년대 차량들 타는 분들이 새삼 존경스러워지네요. 진짜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은데
아무튼, 잘 즐기고 있습니다.